작가 소개: 자야 

 

이국적인 피로

 

내가 살던 곳은 여기보다 훨씬 추워 하지만 난 거기서 입던 털 코트를 입고도 떨지 어디냐면, 누구든 주저앉아 노래를 부르다 그대로 잠들어 버리는 곳 마지막 가사가 유언이 되어버리는 곳 혹독한 만큼 차 한 잔이 따뜻해지는 곳 그래 울지도 않고 이별에 대한 곡을 생각할 때 섬뜩했지 나를 데려가요 그런 말을 남기고 죽으면 평생 아무 사랑 받지 못한 애처럼 보이잖아

 

눈에 가로수 쓰러지는 곳 가로수 쓰러질까봐 현관 앞에 서서 문고리를 오래 잡는 곳 그러다 나간 이들이 돌아올 수 없는 곳 마음 빼고는 도무지 내 뜻대로 되는 게 없었어 발코니에 서서 하루 종일 우린 차를 다 따라버렸지 뜨거운 것들은 한 순간에 얼지 그래서 차가운 피를 가지고 싶었다니까 그건 하루 종일 눈밭을 굴러도 안 되더라니까 열만 펄펄 끓었지 사흘을 앓았고 오일 째 일어나서 거리를 걸으면, 너도 알잖아 한참 울다가 보이는 세상이 제일 선명한 거

 

창문마다 창살 같은 고드름이 있었단다 그래 그 계절에는 밖으로 나가는 게 모두 가출이었네 난 여기서도 난로 위의 주전자가 지르는 비명만은 잘 듣는다 집집마다 각자의 구름이 있는 도시 얼음을 깨며 달리는 횡단 열차 그것들과 내가 살던 곳은 도수 높은 맥주가 유명하고 맛있는 음식이 많았지 그렇지 않으면 거기에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모였겠니 그에 비해 너의 고향은 정말 아무것도 없구나 도수 낮은 술로는 갈 수 없단다 눈의 대륙까지 난 하필 정찰대에 발견되어 집으로 끌려왔단다

 

거긴 사람을 방심할 수 없게 해서 많은 위인의 고향이었어 그건 헤매기에도 멈추기에도 좋았다는 뜻이지 제설차도 없던 시절 삽을 들고 총도 멘 군인들은 주검대신 피로를 남겼네 그들은 할 수 있는 만큼 피로했네 두더지도 아닌데 제 길을 파야 살 수 있었지 그래서 아직도 습관적으로 떨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나는 여름이면 간지러워지는 피부를 가졌는데 굳이 벽을 내려치지 않아도 손등이 항상 눈꽃 같은 걸로 뒤덮였는데

 

다른 가죽을 뒤집어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추위… 비문명적 추위 야만적 추위 난류와 한류를 번갈아 사는 물고기가 언제 많이 죽는지 아니, 방에 깔린 모피들이 떠오르다 천천히 가라앉는 밤이네 마주 앉아 쬐던 모닥불은 언젠가 꺼지고 나는 숯을 주우며 얼음에서 나던 찻잎 향을 떠올리겠지 내가 살던 곳은 언제나 내가 원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주니까 난 너를 도무지 사랑할 수 없다 폭설 속에 갇혀 있던 날들처럼 나는 장작을 그리고 불을 그리고 그 다음에 너를 그리고 다 지웠네 모든 것이 해결되고 나는 피로할 뿐이다 

[시] 서울의 해적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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