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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영화 #5] 와일드 라이프


와일드라이프


오경은




영어로 인간이 통제할 수 없이 커지는 산불을 ‘wildfire’ 라고 한다.

영화의 예고편은 캐리 멀리건의 대사로 시작된다. 캐리 멀리건은 극 중 아들에게 말한다. ‘산불에서 타고 있는 나무들을 사람들이 뭐라고 부르는지 아니? 연료(fuel). 산불이 지나간 후 죽지 않은 나무들은 뭐라고 부르는지 아니? 살아있는 죽음 (standing dead).’1)



영화의 제목은 ‘와일드라이프(Wildlife)’다.

캠브리지 영어 사전에 따르면 ‘Wildlife’는 “animals and plants that grow independently of people, usually in natural conditions”로 정의된다. 즉, 자연환경에서 인간의 관여없이 독립적으로 크는 동식물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14살 아들의 시선에서 그려지고 일주일 안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여준다.

그동안 아빠는 직장을 잃고 산불 진화 작업에 뛰어들고 엄마는 아들과 집에 남는다.

영화는 아들의 시선으로 전개되고 집에 엄마와 남은 아들은 더이상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된다. 자신의 엄마이기 이전의 또는 엄마이면서 숨길 수 밖에 없었던 한 여성의 모습. 아들은 엄마가 아닌 지네트의 모습을 본다. 아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어쩌면 그 여성은 지네트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지네트 또한 자신이 결정할 수 있던 이름이 아니었으니까. 지네트는 남편이 떠난 일주일동안 엄마가 아닌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고 한다. 엄마로서 아들을 대하지 않고 엄마로서 집에 남아있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찾고 있는 그 어떤 여성의 모습을 끊임없이 탐구한다. 지네트는 엄마 또는 아내의 역할에 익숙해져서 그 전의 자신의 생활에 대해, 성격에 대해 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것을 되찾으려 하거나 모든 것을 지우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지금 자신의 위치, 그리고 그 위치에 있기 때문에 남들이 지네트에게 기대하는 특정한 태도와 성격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한다. 

그리고 지네트는 아들에게 말한다. ‘어쩌면 너의 부모님이 한때는 너의 부모님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도 좋은 일일지도 모르지.’2)



여성에게 ‘모성애’는 자연스러운 것


<보이후드>는 한 소년의 성장을 담은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그의 엄마, ‘올리비아’다. 아들이 태어나서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는 것을 지켜 본 엄마는 대학교 기숙사에 가기 위해 짐을 싸는 아들과 대화를 하는 중에 무너진다. 그 대화 속에서 올리비아가 나열한 인생 속 중요한 사건들;결혼, 임신, 이혼, 아들 네이슨이 난독증이 있다고 생각했던 시기, 네이슨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줬던 일, 두 번째 이혼, 박사학위를 따고 자신이 원하던 직업을 갖게 된 일 등—은 모두 올리비아가 결혼을 하고 지내 온 일들이다. 이 대화는 올리비아가 아들에 대한 애착 또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표출하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누군가의 ‘엄마’로 지내온 시간들로인해 아이들이 떠나고 난 후, 엄마가 아닌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올리비아의 불안을 나타나는 장면으로 보이기도 한다.3)

<케빈에 대하여> 속에서는 모성애는 자연스러운 것인가에 대해 탐구한다. 여성에게는 태초부터 있다는 ‘모성애’에 대한 신화와 관념에 대해 <케빈에 대하여>는 모두 거짓이라고 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엄마로서의 에바의 모습이 아닌 결혼하기 전 자유로웠던 에바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토마토 축제에 참여한 에바의 모습은 마치 미래에 에바에게 일어날 일들을 예측하 듯 온통 빨갛기만 하다. <케빈에 대하여>에는 두 번의 섹스씬이 등장 하고 둘 다 에바의 임신으로 이어진다. 그 중 첫번째 아들이 ‘케빈.’ 영화의 제목은 비록 케빈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영화는 케빈을 통해 에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엄마가 아니었던 에바에게 아들이 생기면서 ‘엄마’가 되고 그 아들의 범죄로 인해 에바는 ‘범죄자의 엄마’가 된다. 그 속에서 엄마가 아닌 에바의 모습은 사라져간다. 그리고 에바에겐 평생 그런 엄마로 낙인이 찍히게 된다. 괴물을 키운 엄마.

에바는 임신을 하기 전 자신의 삶과 그 속에 삶의 영위하던 자신을 생각한다. 자신이 9개월동안 임신을 해서 낳은 아이지만 뱃속의 그 아이가 마치 자신과는 동떨어진 기분을 느낀다.4) 이와 비슷한 여성의 모습은 여러 작품들에서 종종 회자되기도 했다. 실비아 플라스는 총 아홉 행으로 이루어진 시 ‘Metaphors(은유)’ 에서 여성의 임신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며 불러오는 배를 이스트로 부풀어 오르는 빵에 비유를 하고 자신은 그저 수단일 뿐이라는 생각을 밝힌다.5)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또한 외계인을 출산하는 엘리자베스 쇼를 통해 모성애를 가질 수 없는 환경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사회는 아이가 있는 여성을 여성으로 보지 않고 ‘엄마’로 보기 때문에 그들에게 모성을 요구한다. 아이를 처음 보는 순간 자신도 알지 못했던 모성애가 생겨날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여성들은 손가락질을 받는다.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역할극을 그만 둔 지네트가 누군가에게는 혐오스럽고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되는 이유다. 나의 아내가, 나의 엄마가, 내 친구의 엄마가 절대로 저래서는 안되기 때문에.

그럼에도 지네트는 엄마로서 자신이 역할을 내려 놓는다. 아니면 애초 그 역할 자체를 맡은 적이 없었던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그런 지네트를 보고 관객들은 부도덕하며 혐오스럽고 비현실적인 여성이라고 말한다.6)

지네트의 남편은 직장을 잃고 산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엔 가족과 떨어져 산불 진화 작업을 하러 간다. 그는 집에 남아 아이를 돌보거나 자신의 생명을 아이와 가족을 위해 소중히 하지 않으며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지만 누구도 그를 보고 혐오스러운 남성이라고 비판하지 않는다. 그 어떤 관객도 그의 캐릭터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는다.

캐리 멀리건은 Off the Camera Show와의 인터뷰7)를 통해 그동안 많은 영화들에서 여성은 ‘위대한 남자’의 아내로 출연해왔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항상 양극단의 여성 캐릭터들만 등장하고 (성인(聖人)이거나 최악의 상황에 놓인 여성이거나) 그 사이에 있는 여성들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네트와 같이 ‘호감가지 않는 여성’의 등장에 이 정도로 격렬한 반응이 나올지 몰랐다며 그 반응을 토마스 하디의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가 출간된 당시 사람들의 반응과 비교한다. 그 당시에도 사람들은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의 베스샤바를 두고 이런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사회는 실제 여성이 자신을 표출하는 것을 보고 현실적이지 않다고 한다. 그저 그런 여성들이 보기 싫다는 이유로, 우리는 아직도 비슷한 사회에 살고 있다.



싸우는 여성은 호감가지 않는다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 던은 아마 가장 미움을 많이 받은 주인공일지도 모르겠다. 에이미의 캐릭터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 원작자 질리언 플린은 남성 작가가 끔직한 남자 캐릭터를 쓰면 그 캐릭터는 안티히어로가 되지만 여성 작가가 그런 여성을 쓰면 안티페미니스트가 된다고 비판했다. 작품 속 에이미는 계획적이고 거짓말을 하고 살인까지 저지른다. 그럼에도 결혼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깊게 깔려 있는 이 작품에서 에이미라는 캐릭터에 여성들은 공감할 수 있다.

‘Amazing Amy’라는 동화 때문에 항상 완벽한 모습만 보여줘야 했던 에이미, 그리고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닉과 결혼을 하게 된 에이미. 하지만 에이미가 호감 가지 않는 에이미이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사랑받고 있다.8)

<더 페이버릿> 속 주인공들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싸우는 여성들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그들은 여성으로서 사회에서 요구되는 여성으로서의 모습 또는 아내로서의 역할을 져버린다. 그들은 남자들과 싸울 뿐만 아니라 서로 싸운다. 서로 싸우는게 영화의 주 내용이 된다. 앤 여왕, 레이디 사라, 에비게일은 폭력적이고 지저분하기까지 하다. 여왕으로서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 정치가의 아내로서의 모습, 가난한 여성으로서의 모습에서 이 셋은 멀지만 그렇다고 성인(聖人)의 극단에 서 있는 모습은 아니다. 영화 속 이러한 상황에서 남자들은 뒷전이 될 수 밖에 없다.



서양 사회는 결혼과 동시에 여성의 이름이 사라진다. 자신이 평생 써오던 성을 버리고 남편의 성을 따라가게 되고 그 이름으로써 한 가족으로 묶이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평생 써오던 그 성 또한 자신의 의지에 의해 주어진 성이 아니며 남성의 전유물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조차 결정권이 없다. 그래서 여성들을 자신의 이름을 찾기 위해 자신의 역사를 쓰고 또 고쳐 쓰기를 반복한다.

<와일드 라이프>에는 지네트가 아들과 이름과 나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대화는 지네트가 아들에게 본인의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물어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세상에는 많은 이름들이 있지만 자신의 이름인 ‘지네트’가 싫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도중 아들은 지네트에게 나이를 물어본다. 지네트는 34살이라고 대답하고 아들에게 적당한 나이라고 생각하는지 되묻는다. 또는 자신이 34살이 아닌 50살이었으면 더 괜찮겠냐고. 아들은 34살이 적당한 나이 같다고 대답을 하지만 지네트는 자신이 평생 34살이 아닐테니 너무 정들지 말라는 말을 한다.9)



여성의 이름의 이름 찾기


<레이디버드>는 크리스틴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기자신에게 ‘레이디버드’라는 새로운 이름을 주며 부모님이 붙여준 이름을 거부한다. 우리는 <레이디버드>를 통해 여자 청소년들이 항상 조용하고 조심스럽지 않으며 시끄럽고 난장판인 아이들도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고 그 시기에 레이디버드는 자기자신에게 이름을 붙여준다. 그럼에도 모녀의 관계 위주의 이 영화에서 크리스틴 ‘레이디버드’ 맥피어슨은 결국 자신의 이름인 ‘크리스틴’을 받아들이게 된다. 

<더버빌가의 테스>의 이름은 주인공의 인생을 좌우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책의 시작 또한 테스의 아버지가 알렉과 자신의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더비필드(Durbeyfield)’와 ‘더버빌(d’Urberville)’의 차이. ‘테스 더비필드’가 ‘테스 더버빌’이 되는 순간 이야기의 갈등이 시작된다. ‘더버빌’ 역시 가문의 역사와 이름에 욕심을 부리는 아버지가 테스에게 강요하는 이름이다. 그리고 테스는 이 갈등이 시작하기 전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또는 이 사건을 모두 안고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10)



<와일드라이프> 속 지네트은 ‘호감가지 않는 여성’으로 그려지며 그 표현 속에는 사회에서 생각하는 모성을 갖고 있지 않는‘엄마’로 등장한다. 아들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영화는 아빠의 부재 속에서 자신을 되찾기 위해, 또는 새로 쓰기 위해 싸우는 지네트의 모습이 보여지고 그 모습은 ‘엄마’의 모습이 아니다. 한 관객과의 대화에서 ‘아들과 지네트와의 섹슈얼텐션이 느껴진다’고 말한 문제적인 남성 관객의 질문을 캐리 멀리건은 심리학자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명료한 답변을 해줬다.11) 지네트는 누군가의 아내 또는 엄마가 아닌 자신을 찾는 과정에 있으며 이전의 자신을 일깨우는 과정에서 아들과 엄마 사이의 선은 지워질 수 밖에 없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쓰기 위해.

캐리 멀리건은 THR과의 인터뷰12)에서 ‘지네트는 엄청난 향수에 시달리고 있으며 어느 날 일어났는데 한순간에 34살의 여성의 몸에 들어와있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대해, 어떻게 남편이 있고 아들이 있는 34살의 여성이 되었는지 본인조차 알지못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하고 남편이 남편과 아빠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지네트도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던 도중에 한쪽에서 그 ‘계약’을 깨는 순간 지네트 또한 더이상 그 ‘역할극’에 참여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한다.

지네트는 지금껏 자신이 엄마로서 살아온 삶이 그 나무들이 타고 남은 곳에 서있는 나무, 곧, 살아있는 죽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모든 인생을 버텨왔지만 결국 자기자신에게 남은 게 없는 삶. 살아 있지만 삶에서 ‘연료’ 라고 불리는 그 많은 사건들을 견뎌낸, 그 사건들이 휩쓸고 간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지네트는 결국 살아있는 죽음일 것이다.

‘지네트’라는 이름은 사라지고 누군가의 엄마 또는 누군가의 아내로 불리게 된 삶. 모성애가 강요되는 삶. 사회에서 정한 모성애를 보여주지 않으면 잘못된 여자, 혐오스러운 인간으로 전락하는 삶. 그저 누군가의 아내 또는 누군가의 엄마로 살게 되는 삶.

물론 나는 영화를 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지네트가 실제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혐오스러운 여성인지는 모른다.



1) “You know what they call trees in a forest fire? Fuel. You know what they call the trees left up when the fire goes by? The call them the standing dead.”

2) “It’s probably nice to know your parents were once not your parents.”

3) “You know what I'm realizing? My life is just going to go, like that. This series of milestones. Getting married, having kids, getting divorced. The time that we thought you were dyslexic. When I taught you how to ride a bike, getting divorced... again. Getting my master's degree, finally getting the job I wanted. Sending Samantha off to college. Sending you off to college. You know what's next? Huh? It's my fuckin' funeral! (…) I just thought there would be more.”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니? 내 인생은 그냥 이렇게 끝날 거야. 인생의 조각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이혼을 하고. 너가 난독증이 있다고 생각했던 시간, 너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줬던 일, 그리고 또 다시 이혼을 하고, 박사학위를 따고 내가 원하던 직장을 마침내 얻었지. 그리고 사만다를 대학교에 보내고 이젠 널 보내고. 그 다음을 뭘까? 나의 빌어먹을 장례식이겠지! 나는 (인생에) 뭔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4) “Mommy was happy before Kevin came along. Now she wakes up every morning and wishes she was in France!” (엄마는 케빈이 태어나기 전엔 행복했어. 이제는 아침에 눈을 뜨면 프랑스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5) I’m a riddle in nine syllables,/An elephant, a ponderous house,/A melon strolling on two tendrils./O red fruit, ivory, fine timbers!/This loaf’s big with its yeasty rising./Money’s new-minted in this fat purse./I’m a means, a stage, a cow in calf./I’ve eaten a bag of green apples,/Boarded the train there’s no getting off. (나는 아홉 음절의 수수께끼/코끼리며 거대한 집/두 개의 덩굴손에 굴러다니는 멜론/ 오 붉은 과일, 상아, 좋은 목재들!/ 이 빵덩이는 이스트로 크게 부풀어 올랐다/이 두툼한 지갑에 새로 주조된 돈/ 나는 수단, 무대, 새끼를 벤 암소/나는 녹색 사과 한 봉지를 먹었다/내릴 수 없는 기차를 타버렸다.)

6) 뉴욕 필름 페스티벌에서 질의응답 시간에 한 남자 관객은 영화 속 캐리 멀리건의 캐릭터가  ‘완전히 부도덕’하며 ‘호감이가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그 ‘질문’에 캐리 멀리건은 ‘우리는 영화 속에서 조신한 여성의 모습에만 익숙해져 있어요. 우리는 여성들이 항상 완벽하고 어떤 것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배워 왔기 때문에 여성들이 통제불능이거나 삶을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진실되지 않아 보이죠.그건 여성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에요. 여성의 관점에서 현실적인 인간성을 영화 속에서 보는 것은 거슬리는 일이 될 수도 있죠(We’re all too used to only seeing women behaving really well. When we see them out of control or struggling it doesn’t ring true because of everything we’ve been brought up to understand that women are always perfect and can do anything. That’s an unrealistic expectation of a woman. Seeing real humanity on-screen can be really jarring from a female perspective).’ 라고 답했다. 캐리 멀리건은 이 사건과 관련해 Off the Camera Show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와 같이 직설적이진 않지만 비슷한 흐름의 질문들을 <와일드라이프> 프레스투어를 다니는 동안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7) ‘He was horrified by Jeanette. It does, it just speaks to what we expect and what we’ve come to expect of women we see on screen. And that’s what’s modeled for us, you know, from day one of what we see (…) It’s the—sort of—dutiful, earnest, supportive wife who agrees with everything, and, like, the wife to “The Great Man.” And they are usually long-suffering, but they don’t act out, they don’t, they fall in line. And that’s what we’ve come to expect now; that women are either absolute saints or they are like crack-addicts who ruin their whole life (…) But we just don’t see anything in between. And that was certainly a draw to doing it. But I didn’t think that the reaction would be this strong to the “unlikable women.” I remember, we were talking about this when Far from the Maddening Crowd came out (…) Because they said that she was a totally unrealistic portrayal of women (…) That’s not how women behave. They wouldn’t behave like that. They wouldn’t be so outrageous, it’s just not realistic. And people ripped it to shreds. And it became a classic (..) But it is kind of amazing that we are still in that world when seeing a real woman expressing herself in a multitude of ways and it’s dismissed as being unrealistic. We just don’t want to see that.’(그는 지네트라는 캐릭터에 대해 충격을 받았죠. 이게 우리가 영화에서 어떤 여성상을 기대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인식이 애초에 그렇게 되었죠. 여성들은 순종적이고, 성실하고, 내조하는 아내며 모든 것에 동의를 하는, ‘위대한 남성’의 아내인 거에요. 오랫동안 고통을 받았지만 그들은 절대 흐트러지지 않고 기존의 삶을 따르죠.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런 여성의 모습을 기대하게 되었어요. 그들은 완벽한 성인(聖人)이거나 당신의 삶을 망치는 마약 중독자와 같은 모습 말이에요. 하지만 그 사이의 모습을 볼 수는 없죠. 이 역할을 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요. 하지만 이렇게 ‘호감가지 않는 여성’에 대해 이렇게 반응이 격렬할거라고 생각은 못 했어요.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가 나왔을 때 이야기를 했던 것이 생각났어요. 그들은 그게 정말 여성을 비현실적으로 묘사했다고 했어요. 여성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 그들은 그렇게 터무니 없지도 않고, 그들은 그냥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 그리고 그들은 그 작품을 완전히 난도질 했죠. 그리고 그 작품은 이제 고전이 되었어요. 하지만 아직도 자기자신을 다방면으로 표출하는 여성을 보고 그저 비현실적이라고 무시해버리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해요. 그냥 보기 싫기 때문에요.)

8) “I’m the cunt you married. The only time you liked yourself was when you were trying to be someone this cunt might like. I’m not a quitter…I’m that cunt.” (내가 너가 결혼 한 미친 년이야. 너가 유일하게 네 자신을 좋아했을 때는 이 미친 년이 좋아할만한 사람인 척 했을 때지. 나는 포기하지 않아…난 그런 미친 년이지.)

“Nick Dunne took my pride and my dignity and my hope and my money. He took and took from me until I no longer existed. That’s murder.” (닉 던은 나의 자존심과 존엄성과 희망과 돈을 가져 갔다. 그는 나한테서 계속 가져가기만 했다. 그건 살인이다.)

9) “How do you feel about your name? (…) Jeanette. I never liked that. Seem like a waitress’s name (…) Anyway at my age, I guess I don’t have much choice (…) I’m thirty-four. Does that seem like the wrong age? Would you like it better if I said I was fifty? (…) Well, I won’t be this age forever, so don’t get used to it.” (너의 이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 지네트. 좋아한 적이 없지. 웨이트리스 이름 같잖아 (…) 어쨌든 내 나이에는 별로 선택지가 없는 것 같긴 해 (…) 난 서른네 살이야. 잘 못 된 나이 같니? 내가 쉰 살이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까? (…) 뭐, 내가 평생 이 나이는 아니니까 익숙해지지는 마.)

10) “People go by the names their parents give them, but they don’t believe in God.” (사람들은 부모님이 지어 준 이름을 갖고 살면서 신은 믿지 않는다.)

“Hi, Mom and Dad, it’s me, Christine. It’s the name you gave me. It’s a good one.” (엄마, 아빠, 크리스틴이에요. 엄마, 아빠가 주신 이름이죠. 좋은 이름이에요.)

11) ‘I talked about it with a psychologist, who reframed the question. And it is interesting, but what I think Jeanette’s trying to do is, you know, this is all about reinvention, this is about “I’ve been a mother and a wife for so long I can’t remember who I am. I can’t remember if I had a personality outside of being these two things to these two men. I’m now just mum and just wife. And I was someone when I was nineteen, now I can’t remember who it is.” And a part of what she’s doing, I think is trying to completely destroy that image that she had, which feels to her like a lie; I’m not that woman, I’m not that perfect woman. I’m not everything you thought I was. I’m not. So, erase all that, forget who that was, and we’ll start again. So the way she talks to him; sort of harshness to her tone or the way she’s so blunt or dismissive is trying to eradicate the former version of herself so she can start again, and be someone new, someone more honest.’ (저는 이 질문에 대해 심리학자와 대화를 나눴고 그 분은 이 질문을 정리해줬어요. 지네트가 하고자 하는 것은 흥미로워요. 재창조를 하려고 하는 것이고 “내가 누군가의 엄마이고 아내가 된지 너무 오래돼서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이 두 남자에게 이 두 가지의 역할 밖에 나에게 다른 모습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난 이제 그냥 엄마이고 그냥 아내야. 열아홉 살의 나는 누군가였을텐데 그게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잖아요. 그리고 지네트가 하고자 하는 것 중 일부분은 자신에게 거짓말로 느껴지는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없애 버리는 거에요. 나는 그런 여자가 아니고 그런 완벽하나 여자도 아니며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든 모습을 말이에요. 모든 것을 지우고 모든 것을 잊고 새로 시작하는거에요. 그러니 아들을 대하는 지네트의 태도, 거친 말투나 무뚝뚝하고 관심 없는 태도는 이전의 자신을 아예 없애 버리고 새로 시작하려는 생각, 새롭고 진실된 사람이 되기 위해서죠.)

12) ‘I thinks she’s sort of woken up in the body of a thirty-four year-old woman, who has a son and a husband, but can’t quite figure out how she got there. And she’s got this sort of unspoken contract with her husband; as long as he keeps his side of the bargain, which is like; getting a good job, and if he loses his job, getting another one and keeping a smile on his face—all of these things that are required of him—then she will keep up hers, which is wearing an apron, being a good mother and a good wife, and that veneer of what it is to be a perfect woman. But when he renakes on his side of the deal, something just breaks where she can’t keep up, pretending anymore.’ (제 생각에 지네트는 어느 날 아들과 남편이 있는 서른네 살의 여성의 몸에서 깼는데 어떻게 거기까지 왔는지 모르는거에요. 지네트는 남편과 그가 좋은 직장을 갖고 그 직장을 잃었을 때 또 다른 직장은 갖고 실망하지 않는 것과 같이 남편 쪽의 본부를 한다면 지네트 또한 앞치마를 걸치고 좋은 엄마와 아내가 되는 그런 완벽한 여성이란 허례허식을 보여준다는 일종의 무언의 계약을 맺고 있어요. 그리고 남편이 자신의 역할을 하지 않았을 때, 지네트 안에서 무언가가 무너지고 계속해서 연기를 할 수 없게 돼요.)




작가 노트


<와일드라이프>는 리차드 포드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폴 다노와 조이 카잔이 각색을 했다. 시나리오 작업은 처음인 폴 다노는 기존에 <루비 스팍스>로 시나리오 작업을 해 온 조이 카잔의 도움을 받았고 이 부부는 몇 년간 곁다리로 <와일드라이프>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혔다.

그리고 캐리 멀리건과 조이 카잔은 2015년에 웹시리즈인 <더 워커(The Walker)>에 함께 출연을 했고 이 시리즈는 아마존에서 시청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성들의 게이 친구가 직업인 ‘워커’와 그의 세 친구들, 또는 고객들, 써니, 도티, 로즈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 세 명의 친구들은 각, 캐리 멀리건, 조이 카잔, 베티 길핀이 연기를 한다. 캐리 멀리건은 시리즈 속에서도 배우로 등장한다.

캐리 멀리건의 영화를 극장에서 본지 얼마나 오래 되었을까 생각하는 시간이 종종 있다. 아마 <서프라제트> 이후로 없었을 것이고3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그 3년 동안 나는 학교를 졸업했고 졸업하기 전에는 캐리 멀리건과 영화 속 페미니즘에 대한 3,000자 에세이를 썼다. 2016년에 쓴, 두 파트로 나눠진 이 에세이에서 정확히는 캐리 멀리건과 코르셋에 한 파트를 할애했다.

에세이에서 나는 캐리 멀리건이 코르셋을 입지 않겠다고 한 것과 그 후에 왜 코르셋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와 <서프라제트>에 참여 했을까에 대한 나의 생각을 썼다. 우습지만 내 자신을 인용하자면 나는 ‘캐리 멀리건은 지금까지도 그랬던 것처럼 페미니스트의 모습으로 영화, 그리고 영화 밖에서도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고 있으며 더 많은 배우들과 더 많은 여성들의 목소리와 행동을 위해 길을 만들어 주고 있는 여성이다’ 라며 캐리 멀리건에 대한 에세이를 끝맺었다. 캐리 멀리건에 대한 이 생각은 아직도 유효하다. 오히려 <와일드라이프> 홍보 기간 동안 보여진 캐리 멀리건의 모습을 통해 그 생각은 더 확고해지기도 했다.

지극히 페미니즘적 메세지를 담고 있는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와 <서프라제트>를 뒤로 하고 캐리 멀리건이 고른 작품은 넷플릭스의 <머드 바운드>였다. 그리고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이 작품 후에 고른 작품이 폴 다노의 <와일드라이프>다.

아직 국내에서는 개봉을 하지 않은, 하지만 수입이 된, 그래서 더 보고 싶은 영화다.

누군가의 사정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연민하지 말아야겠다. 서로의 관계를 잘 알지 못하면서 그들의 관계를 단정하지 말아야겠다.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보지 않고서 그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아껴야지. 노력하는 나로서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이 모순이다. 그럼에도 <와일드라이프>가 너무 보고 싶었고 큰 극장 스크린에서 연기하는 캐리 멀리건이 보고 싶었다.

글을 쓰면서 일부러 지네트와 캐리 멀리건이 아닌 다른 남성 배우들과 그들의 캐릭터 이름을 쓰는 것을 피했다. 오로지 지네트, 그리고 그와 공감할 수 있는 여성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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