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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영화 #3] 일기 거꾸로 외 2편



일기 거꾸로/아닙니다 이것은 거꾸로 배열된 단어들입니다

/시간 교체 게임


신승헌



일기 거꾸로


오늘은 세탁기를 돌리고 손빨래를 하고 방을 쓸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이불을 털고 냉장고 정리를 하고 연어장과 꼬막장을 버렸다. 오늘 끝내려고 했는데 1시 반에 일어나 이것저것 하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소설이 걱정이다.

방금 셨다, 라고 썼는데 빨간 줄이 그어졌다. 시었다는 축약이 불가한가? 밥으로 커버할 수 없는 맛이었다. 너무 시었다. 꼬막장도 버렸다. 다 버렸다. 배송된 지 한참 뒤에 먹었기 때문이다. 별로일 만하다. 진짜 별로였다. 아까 연어장을 뜯었다.

돈을 모아야겠다. 향초를 살 수 있다면 진짜 행복할 것 같다.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영화를 보고 유명한 디저트를 찾아 포장한 후 청년몰에 갈까 생각 중이다. 5월 5일에는 전주에 갈 것이다.

너무 좋다. SEASON을 듣고 있다. 엄마는 오노가 전문적인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노는 11월생이지만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여름이다. 여름이다. 오노 목소리를 너무 사랑한다.

열한 시 반인데도 도서관에 사람들이 꽤 많다. 지금은 오노 솔로 파트를 들으면서 노트북 열람실 30번 자리에 앉아 있다. 현재 노트북 시계는 한 시간 느리다. 어떻게 해도 정확하게 맞출 수 없다.



2019년 4월 14일 오후 11시 26분



정말 다시 만나자는 얘기 같아서 기뻤다. 오늘은 애들과 헤어질 때 진유가 잘 가라고 다음에 또 만나자고 오랫동안 손을 흔들어주었다.

너무 그리워서 죽고 싶은 추억이 있다. 정말 모든 게 무서웠는데, 힘들었는데 행복해지고 싶어서 안간힘 썼던 내가 거기 있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 것 같다. 너무 죽고 싶었는데 너무 행복했던 고3 시절이 생각난다. 예령이 편지를 다시 꺼내봐야겠다.


2019년 2월 10일 오후 10시 47분



죽지는 말아야지. 꼭 살아야지. 그래도 죽지는 말아야지.

간절하게 살아보려고 글을 쓰는데 왜 살지 못하지.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는 똥파리들이 자신에게 들러붙을 때 자신이 썩었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게 지금인가 싶다. 좋아하던 사람들은 멀어지고 싫어하는 사람들만 다가온다.

좋아하던 사람을 이제는 싫어하게 된다. 고민하게 된다. 누군가를 만나면서 자꾸 계산하게 된다. 사람을 만나기는 싫지만 안 만나면 무기력해지고 사람을 만나면 머리가 아프다.

다음날이 되도록 문자 한 통 오지 않은 핸드폰을 보며 훌쩍이던 내 옆에서 같이 울고 싶다. 너 그렇게 안 친절해도 된다고 소리 치고 싶다. 진짜 너무 불쌍해서 안아주고 싶다. 너무 불쌍하다. 마음은 기대하고 주는 게 아니라 믿었던 어렸을 때의 내가 불쌍하다. 나도 그냥 내 생일을 안 챙기기로 했다. 아무도 축하해주지 않던 생일날이 떠오른다. 내가 못 봤을 뿐이다. 나타난 게 아니라....그건 원래 거기 있었겠지. 첫 번째 문제가 해결되면 두 번째 문제가 짜잔, 하고 나타난다. 문제가 사라지면 또 문제가 보인다.

아니면 별로 숨 쉬지 못해서 이렇게 오래 살아있나? 원래 살아야 하는 수명에 비해 너무 오래 숨 쉬었나? 불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오래 살아 있었나?


​2019년 2월 1일 오전 1시 24분



그럴 리가요. 엄마를 태운 택시 기사 아저씨는 아기가 축복받겠네요, 라고 말했다. 내가 태어나던 날에는 눈이 왔다.

나 같은 아이를 다시 보게 되는 것은 더 무섭고. 사랑 같은 건 너무 무섭다. 오토바이를 타고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몸에 타투를 박을 것이다. 엄마가 싫어하는 모든 것을 생각했다.

아침에 눈 떠보니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잠들기 전 제발 죽게 해달라고 빌었던 일 년 전이 기억난다.

어쨌든 난 이미 죽은 것 같다.

내가 마음속으로 사망까지의 카운트다운을 세고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내가 행복할거라고 한다. 다들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을 한다.

나는 여태 죽고 싶다는 이야기가 반쯤은 거짓이고 과장이라고 믿어왔는데 이제 보니 살고 싶다는 이야기가 오히려 거짓 같다. 새해 목표가 어쩌구저쩌구 죽지 말고 살자 어쩌구저쩌구 해놓고서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또 습관처럼 한다. 내일 새벽 1시는 내가 죽은 시각이고 나는 이제 유서를 업데이트해야 한다. 엉엉 울면서 썼던 유서를 일 년 동안 읽어보지 않았다. 나는 내 생일을 아예 지워버리고 싶다.


2019년 1월 2일 오후 11시 59분



정신없었던 탓에 칫솔을 2층 화장실에 두고 왔다. 학교에서는 좋아하는 친구와 인사를 했다. 새로 생긴 와플 가게 메뉴에는 뭐가 있는지 구경하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배터리 없어서 연락도 못했다. ATM기기 앞에서 통장 정리를 하는데 카드를 넣으래서 넣었고, 통장까지 넣었는데 막판에 통장만 나와서 당황했다. 민망했다. 그저께는 공차에 가서 알바생에게 카드 대신 민증을 내밀었다.

증상을 여덟 개씩이나 적어놨지만 수능도 코앞이고 하니 오히려 틀에 가두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울증이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무슨 우울증 자가 진단표처럼 적어놨군요.

8. 기억이 잘 안 난다.

결정적인 걸 잊어버린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아, 이것도.

7. 매운 게 땡긴다.

6. 불쑥 속이 너무 갑갑해서 뛰쳐나가고 싶어진다.

5. 소리를 지르거나 기절해버리는 나를 상상하게 된다.

4. 공부하다가 불쑥 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3. 대체로 입맛이 없다.

2. 무력감이 한 없이 나를 눌러온다.

1. 여러 번 울었다.

요즘 나의 생활은 이렇다.

나의 가장 힘들었던 시절을 기억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고마웠다. 밥을 이틀에 한 끼 먹고, 매일 노트북을 두드리고, 나오는 결과들에 우울해하고, 울고, 그러다 잠들어 눈뜨고 나면 다시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글쓰기 바빴던 날들. 가끔씩 미화되는 기억이 있긴 하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던 것 같다. 내 친구들은 종종 올해 나의 5월을 언급한다.

사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잠겨버렸다는 신호 같다. 우울증을 억누를 수 있을까? 근래 우울증이 제대로 도지려고 하는데 정말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느낌이다.

머리카락을 베개 위로 다 빼놓고 자는 것도, 두 발을 이불 밖에 내놓고 자는 것도, 베개를 하나 더 두고 자는 것도 별로....아무 생각 없다. 가위에 눌린 건 딱 한 번이고 그게 가위인지도 모르겠지만 잘만 올리고 잔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든 가슴에 손을 올리고 자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가슴부근에 두 손을 올리고 자면 심장 근처 혈액의 순환이 이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어 가위에 눌리기 쉽다는 이야기를 아주 오래 전에 책에서 본 것 같다.

마음에 드는 게 아니라 마음에 들 수도 있을만한 것들에. 연락이 뜸한 친구의 카톡창을 들여다보고 인스타에 들어가서 뜻 없이 마음에 들 만한 것들에 하트를 누른다. 저절로 뉴스들을 클릭하고 싸우는 사람들을 본다. 밤이면 무력감이 날 짓누른다. 그래도 그저께는 냉장고에서 마카롱을 꺼내면서 좀 살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5월에 찾아왔던 우울증은 떠나지 않았다. 낙원이란 건 없으니까 아름다운 거겠지.

우리는 좀 행복하게 살 수 없는 걸까. 세상이 너무 어려워서 울었다. 절대 울지 말자고 다짐하고 좀 지켜지나 했더니 어제 또 울었다.


2018년 10월 21일 오후 5시 13분



내가 나중에 말없이 사라지면 어떨 것 같으냐고 물었는데 아빠가 넌 그럴 것 같아, 라고 말했다.

잠드는 건 참 어려운데 한 번 잠들면 못 깨어난다고. 나 정신과도 가야하고 한의원도 가야 한다고. 그래서 그냥 말했다. 엄마는 내가 우울증인 것 같다고 했다.

분명 행복했는데 다시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왜 잊어버린 거지. 함께였던 날들이 기억이 안 나는 게 너무 서러워서 울고 싶다.


2018년 6월 26일 오전 3시 20분



가끔 함께라면 행복한 친구와 방에서 떠들다 웃고 한강에서 밥을 먹고 카라멜 팝콘을 들고 영화를 보고 배드민턴을 치고 껴안고 행복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같이 하는 상상을 한다.

이제는 우리가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이야기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축하해요! 시끄러웠지만 괜히 기분이 좋았다. 케이크를 사러 버스를 탔을 때, 어떤 사람이 큰 소리로 취업했다며 지인들에게 전화하고 있었다.


​2018년 6월 22일 오전 5시 30분



이런 불길한 밤에는 미치오 슈스케의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이나 온다 리쿠의 『유지니아』가 떠오른다.

내가 우울해졌기 때문에 안타까운 것은 잠 못 드는 것, 뭘 먹어도 배가 아픈 것, 예민해지는 것 등 참 많은 게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안타까운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예전만큼의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 가사를 기억하고 있다. 나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가장 발랄한 노래의 일본어 가사를 다 외웠다. 엄마는 아라시를 좋아했는데 운전할 때면 차 디스크에 씨디를 넣고 노래를 틀곤 했다. 엄마랑은 도서관에 자주 갔다. 초등학생 때는 노을 지는 풍경을 좋아해서 해 질 때쯤이면 항상 베란다에 서있었다.요즘은 어렸을 때 생각이 많이 난다.

울면서 신에게 기도했다. 트위터에서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가 싸우는 바람에 추락사했다는 어떤 분의 이야기를 봤다. 며칠 전에는 한참동안 잠에 들지 못했다.

우리는 싸워야 하는데. 사람들은 분노에서 그치고 만다.


2018년 5월 22일 오후 4시 40분



나는 이제 안 자라도 되니까 우리는 우리끼리 영원히 행복했으면 좋겠어. 우리의 시간은 영원히 여기에 멈췄으면 좋겠어. 밤새서 공부하다가 불쑥 미안해하는 아빠가 생각나서 또 울었다.

그래서인지 생각 하나를 마무리 짓고 나면 다 잊어버린다. 인도여행을 가고 싶다고, 공모전 찾아봐야 한다고, 오늘 급식은 무엇인지, 시험이 며칠이나 남았는지, 검색할 게 뭐였는지 생각한다. 정말 한 번에 다섯 개 이상의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생각을 많이 하게 돼서 뇌가 감당 못하는 것 같다. 요즘 자잘한 것들을 순간순간 잘 까먹는다.

예전에는 내가 유서를 쓰면 그게 방아쇠를 당길까봐 쓰지 않았는데 며칠 전에 용기 내어 썼다가 한참을 울었다.

자살한 사람들에게 왜 못 버텼냐고 말하는 인간들을 보면 마음이 쓰리다. 사람들이 아파하는 사람들을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8년 5월 7일 오후 10시 21분



우리가 행복하게 살도록 내버려둬 제발.

어쩔 수 없는 괴로운 일상이 우리에게 도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통스런 우연들이 우리를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엄마가 행복하게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동시에 엄마는 스스로가 오래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엄마는 죽긴 뭘 죽어, 암이야 요즘은 치료하면 낫는데, 라고 말했다. 얼마 전 꿈에서 암에 걸려 절벽으로 올라가 유서를 두었다는 이야기를 엄마에게 했다.


2018년 4월 20일 오후 9시 22분



이제 내가 붙잡고 버틸 수 있을 만큼 사랑하는 것은 없어.

졸면서 건강기록조사서에 자살하고 싶다고 썼다.

이제 정말 글쓰기 싫어 졌어.


2018년 3월 21일 오후 11시 20분



내 모든 것이 무너질까 봐. 두렵다.

시작하지도 않았으면서 실패를 예감하고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도 누군가가 쓴 글이 날 구원하고 내가 날 찾게끔 한 계기가 되었듯이 내 글도 누군가를 구했으면 좋겠다.

아직 고민하고 있지만 내가 내릴 결정을 이미 알고 있다.


2018년 1월 14일 오전 12시 35분



하늘로 가고 싶다. 우리 집 말고.

내 자신조차 없는데. 난 친구도 가족도 사랑하는 사람도 없는데.

자는 동안 신이 날 죽여 놓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자비롭게도 멀쩡히 살려 놓으셨다.

어젯밤에는 수면제를 찾다가 그냥 자버렸다. 의욕이 없어졌다.


2018년 1월 3일 오후 5시 50분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해줄 사람이 어디 없을까.

내가 나를 가장 사랑하겠지만 내가 나를 가장 싫어하는 것도 사실이다. 거짓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진실을 보여주면 그 사람이 달아날 것이 무서워 내가 먼저 달아난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나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만 같다. 너무 보고 싶어서 잠 못 들고 아플 때는 그 사람을 찾고 기쁠 때도 그 사람에게 먼저 말하고 싶은 그런 날이 올까? 내 인생에도 누군가가 날 흔들 날이 올까?

괴롭기 싫다. 행복을 얻는 것과 불행을 버리는 것 둘 중에 택하라면 아마 난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누군가를 질투하고 스스로를 혐오하는 게 뭐 어때서?

그러면 후회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 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서 성공하는 데에 걸었다. 도박을 한다.


2017년 10월 29일 오전 12시 36분





시간 교체 게임



벤자민 프랭클린의 ‘시간이 금이다.’ 라는 명언처럼 시간은 굉장히 귀하고 소중한 것입니다. 하지만 비틀린 시간 속에서 거꾸로 살아가는 영화 속 벤자민에게 시간은 마냥 중요하고 소중하기만 했을까요? 영화 속 벤자민은 자신의 시간이 빨리 가길 바랐을까요, 아니면 천천히 가길 바랐을까요? 어떤 이들에게 무한한 시간은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기 시간과 관련된 명언들이 있습니다. 빈칸에 시간 대신 자신이 생각하는 소중한 것을 넣어봅시다!


낭비한 ____에 대한 후회는 더 큰 ____낭비이다.1)


____은/는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이다.2)


____을/를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은 인생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이다.3)

가장 바쁜 사람이 가장 많은 ____을/를 갖는다.4)


그대는 정말로 당신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____을/를 허비하지 마라.5)

____(이)야말로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____에 대한 느긋한 태도는 본질적으로 풍요의 한 형태이다.6)


당신은 지체할 수도 있지만, ____은/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7)


경험을 현명하게 사용한다면 어떤 일도 ____낭비는 아니다.8)


____은/는 모든 병을 고치는 명약이다.9)


____은/는 세상의 혼이다.10)


____은/는 인간을 업고 가는 천사이다.11)


____은/는 얻기는 힘들면서 잃기는 쉬운 것이다.12)


____은/는 가장 현명한 상담자이다.13)


____은/는 이성이 치료할 수 없는 모든 상처를 치료해준다.14)


____은/는 언제까지든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15)



1) 메이슨 쿨리, “낭비한 시간에 대한 후회는 더 큰 시간 낭비이다.”

2) 테오프라스토스, “시간은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이다.”

3) 에센바흐, “시간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은 인생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이다.”

4) 알렉산드리아 피네. “가장 바쁜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을 갖는다.”

5) 벤자민 프랭클린, “그대는 정말로 당신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시간을 허비하지 마라. 시간이야말로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6) 보니 프리드먼, “시간에 대한 느긋한 태도는 본질적으로 풍요의 한 형태이다.”

7) 벤자민 프랭클린, “당신은 지체할 수도 있지만 시간은 그러하지 않을 것이다.”

8) 오귀스트 르네 로뎅, "경험을 현명하게 사용한다면 어떤 일도 시간낭비는 아니다."

9) 벤자민 프랭클린, “시간은 모든 병을 고치는 명약이다.”

10) 피타고라스, “시간은 세상의 혼이다.”

11) 쉴러, “시간은 인간을 업고 가는 천사이다.”

12) 유안, “시간은 얻기는 힘들면서 잃기는 쉬운 것이다.”

13) 페리클레스, “시간은 가장 현명한 상담자다.”

14) 세네카, “시간은 이성이 치료할 수 없는 모든 상처를 치료해 준다.”

15) 짐멜, “시간은 언제까지든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작가 노트


〈일기 거꾸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일기를 추려 그 문장을 거꾸로 배열한 작업이다. 수십 편의 일기 중에서 총 열네 편을 선정했다. 가장 우울하고 힘들었던 시간들이기도 하다.

나는 영화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 내부의 설정이 구체적으로 어떤지 잘 모르지만, 일기를 추리면서 갑자기 영화 속 설정이 어느 시점에서 과거로 순차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설정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아픔들이 리플레이 되지만 모든 행복도 리플레이 된다면 반가울까? 이미 알고 있는 삶을 한 번 더 산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다. 처음에는 글자하나하나를 거꾸로 하려고 했으나 모임에서 문장 단위로 거꾸로 배열하는 게 벤자민의 삶과 유사할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아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이것은 거꾸로 배열된 단어들입니다>는 명시한대로 보인다는 뜻을 담은 아트워크로, ‘거꾸로’ 라는 단어의 의미 자체에 의문을 품고 시작한 작업이다. ‘거꾸로’ 라는 단어는 판단하는 사람의 시선에 고정되어, 어느 한 쪽에 치우친 상태에서만 의미가 실현된다. ‘거꾸로가 아닌 것’과 ‘거꾸로인 것’을 구분해야 한다. 나는 거꾸로 해도 똑같은 단어들을 ‘거꾸로 배치해놓았다’고 발화함으로써 보는 이들이 ‘이것은 거꾸로 배열된 단어이다’라는 판단을 하도록 유도했다. 작업 전에 나는 반사 세계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반사 세계에서는 무덤에서 노인으로 태어나 아기의 모습으로 뱃속에서 죽는 것이 룰이다. 만약 벤자민이 원래는 반사 세계에서 태어날 운명이었다면? 어떤 시간의 오작용으로 우연히 다른 세계에 떨어진 거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그의 인생이 잘못되었다고, 그건 아니라고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

시간 관련 명언을 선정해 시간을 지우고 다른 단어로 대체하는 독자 참여 텍스트인 〈시간 교체 게임〉은 작업하면서 굉장히 신이 났다. 어떤 단어로 바꿀까 하는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최근 내게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은 주저할 것 없이 마라샹궈였기 때문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제목부터가 재밌다. 많은 사람들이 봤고, 영화 채널에서도 자주 틀어주는데 왜 나는 여태까지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이 작업을 다 끝내고서야 떠올랐다. 아마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내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지만 안 본 영화들 중에서 제일 보고 싶은 영화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이제 볼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확신할 수 없다. 오히려 보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이 영화에 대한 작업을 한 것만으로도 이미 이 영화를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왜 그런지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예고편도 소설도 감상평도 찾아보지 않았는데 말이다.

보지 않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작업하는 모임에 참여하게 되어서 즐거웠다. 이제 마라샹궈를 먹으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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