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RS

[시] 모르고 모모코 외 1편




모르고 모모코



일본이나 대만 영화를 보고 싶었습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결국 불량 공주 모모코를 보면서 잠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끝을 모르고 모모코 꿈을 꾸었습니다 불현듯 줄거리가 무릎 위로 떠올랐다 침몰하였습니다 발목에 닻을 매달고


"참으로 아름답던 갈색 머리의 젊은 여인은 그렇게 잔잔한 회색빛 수면 아래로 사라졌습니다1)"


어제 일찍 잠들었기 때문에 연인이 들어본 적이 없는 희곡의 일부를 천천히 읽어 주었습니다 연인은 정말로 좋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무엇이 좋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연인은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같기 때문에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세상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연인이 그것을 좋아한다고 말했으므로 나는 계속 읽었습니다 연인은 한 대목만 반복해서 읽어주기를 원했으므로 나는 기계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였습니다


이처럼 많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연인은 더 이상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나는 우리가 잊어버린 구절에 집중합니다










분갈이


나무야 사랑해

하면 나무가 죽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암 투병이 시작되었다


실은 나, 당신을 남몰래

사랑하고 있었나보군


이상한 일이었다


누군가 희생하면 희생할수록

머리가 빠진다는 미신을 들은 게

언제였더라 기억나지 않았고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주는 대신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2)라는 서적이 배달되었다


찬 머리를 내놓고 있으면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짧아진 머리카락이 두피를 찌를테니 모자를 쓰고 자는 게 좋습니다


엄마, 엄마가 모자를 뜨고 있는 동안 누런 털의 고양이가 야자잎을 뜯어 먹고 있어요

뒤늦게 일어나 고양이를 들어 옮기는 당신의 두 팔뚝 아래


미리 떠 놓은 물그릇이 엎어진다

미리 떠 놓은 모자의 정수리가 젖어간다


아뿔싸, 미처 합의되지 않은 기분이 있었군


마룻바닥 틈으로 속속들이 뻗어나가던

몇 갈래의 세포


슬픔은 처음부터 그 안에만 있었다




1) 파스칼 키냐르,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p.28 인용

2) 바다출판사의 출간 서적 제목 인용, 저자 이랑.






작가 소개


한소리

저는 귀엽고 주로 시를 씁니다.


조회 334회댓글 1개

©2019 by akaive of memorandum : Cha Hyun Jee. Proudly created with Wi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