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30일16분[소설] 밤비행Night Flying1 버드는 누워 있다. 몇 시간 전까지 버드는 술에 취했는지 한 문장을 되풀이해서 말했다. 나띵 스폐셜. 나띵 스폐셜. 나띵 스폐셜. 그의 옆으로 개가 알짱거렸다. 꼬리가 긴 닥스훈트 종. 짤막한 다리. 그러나 매우 유연한 몸짓으로 민첩하게 움직...
2020년 3월 25일17분한밤의 게스트 94.2 메가헤르츠 에이엠, 잘 수 없거나 잠들지 못한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오늘은 사회 각계각층의, 약간은 남다른 분들을 모셔보는 금요 초대석 <삶의 현장에서> 시간이죠. 혹시 여러분은 뱀파이어의 존재를 믿으시나요? 몇 해 전 고등학교 킹카 뱀...
2019년 11월 17일16분[소설] 가장 가능형의 향수병오랜만에 넷이 모이자고 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럴까, 싶던 차에 말없이 훌쩍 여행을 떠난 두희를 떠올렸다. 넷이면 그도 온다는 것이기에 나는 갈지 말지 망설였다. 두희가 일 년 반 만에 귀국을 해 모이는 것이랬다. 문어체로만 말하는 그의 말투...
2019년 10월 31일17분[소설] 배우 수업가보지 않은 곳을 제대로 그릴 수 있을까. 짐승의 뼈가 발에 걸리는 염소와 말의 초원을, 구름이 걸린 지평선과 게르 위로 흩뿌려진 밤을. 자신할 수 없었다. 허술한 대사 몇 줄로 인물을 상상하고 표현하는 일이 막막해지던 무렵이었으니까. 그 시절 ...
2019년 9월 25일15분[소설] 우리가 가족이 되는 일우리가 가족이 되는 일 수연은 <루비>라는 책을 단숨에 읽고 나서 모든 문장이 마음에 쏙 든다고 생각했다. 손뼉 치듯이 책을 덮고, 마지막 문장을 곱씹다가 다시 책을 펼쳐서 표지 날개에 적힌 작가 연보를 읽었다. 79년 전북 정읍에서 출생. 좋아...
2019년 8월 1일18분[소설] 트랙을 도는 여자들 * <문장 웹진> 2017년 6월호 수록 303호가 나간대. 요즘 머리숱이 빠져 큰일이라는 사장님의 정수리 부근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흘러나온 말이었다. 름이가 사는 빌라에서 한 블록을 지나쳐 왼쪽 모퉁이에 있는 지구인 슈퍼 앞에 나란히 서서 ...
2019년 7월 18일10분[소설] 남국재견에서 우리는나 - 기억 - 미래 미래의 이야기는 미래가 필요 없는 이야기다. 이야기가 필요 없는 곳이 미래가 될 것이고 그런 미래는 이야기 안에서만 가능하다. 근데 그건 어떤 이야기인가. 일단 모든 관계에서 벗어나. 그 어떤 인과관계도 없는 인간관계. 그런...
2019년 6월 27일11분[소설] 벌레먹기 (1)그 당시, 나는 완전히 미쳐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은 계속해서 인생에 축적되었다. 수명은 모래시계처럼 자꾸 아래로 미끄러졌다. 발이 푹 빠질 만큼 쌓인 아래의 시간에서 절망을 곱씹으며 허우적거리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조차 떠오르지 ...
2019년 6월 19일13분[소설] 만회반점나는 만두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이 집 군만두는 속이 꽉 차 있고, 육즙을 잘 간직한 고기 속이 바삭한 피와 함께 씹히는 것이 정말 맛있다. 여길 처음 찾았을 때, 무슨 메뉴를 고를지 고민하던 내게 주인 여자가 권한 것이 군만두였다. 우리 집 ...
2019년 6월 15일21분[소설] 무덤 산보* <21세기문학> 2018년 겨울호에 수록. 그 짧은 여행의 이유 중 하나는 석조 씨와의 이별이었다. 아빠에게 평창에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털보 아저씨나 보러 가자고. 아빠는 숟가락으로 함박스테이크를 뭉텅뭉텅 자르면서 그러든지, 라고 답했다...